발견가능거리와 제동거리, 숫자가 무죄를 만든 순간 지난 칼럼에서는 오토바이 무단횡단 사망사고에서 신뢰의 원칙과 예견가능성이 왜 중요한 쟁점이 되었는지 살펴봤다.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려고 한다. 교통사고 형사재판에서 의외로 가장 강력한 증거는 사람의 진술이 아니라 숫자인 경우가 많다. 운전자는 말한다. ─── ❝ 정말 갑자기 튀어나왔습니다. ❞ ─── 유족은 묻는다. ─── ❝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 ❞ ─── 하지만 재판은 감정이나 추측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결국 법원이 판단하는 것은 단 하나다. 운전자에게 현실적으로 사고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는가. 그리고 그 답은 대부분 숫자 속에 있다. 오토바이 무단횡단 사망사고에서 재판부의 판단을 바꾼 핵심 숫자는 두 개였다. 16.7미터. 그리고 25.8미터. 겉으로 보기에는 별 의미 없는 숫자처럼 보이지만, 이 두 숫자가 결국 무죄 판결의 출발점이 됐다. 🚨 발견가능
사람이 언제 어디서든 뛰어나올 수 있다면 운전은 가능할까 교통사고 사망사건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듣는다. ─── ❝ 변호사님, 사람이 갑자기 튀어나왔는데 그것까지 제가 예상했어야 하나요? ❞ ─── 어떻게 보면 당연한 질문이다. 운전자는 도로 위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만약 운전자가 언제 어디서든 사람이 뛰어나올 가능성까지 전제로 운전해야 한다면 정상적인 운전 자체가 가능할까. 중앙분리대가 있어도,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이어도, 왕복 4차로 도로 한가운데서도, 누군가가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시속 20km 이하로만 운전해야 한다면 교통은 사실상 마비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 법은 한 가지 전제를 인정한다. 다른 사람도 교통질서를 지킬 것이라는 신뢰. 이것이 바로 교통사고 재판에서 말하는 신뢰의 원칙이다. 🚨 신뢰의 원칙은 운전자에게 특혜를 주는 법리가 아니다 신뢰의 원칙은 운전자 특혜가 아니다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