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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도주운전 그리고 2주 진단서의 의미

본 소설은 이길우 교통사고전문변호사가 실제로 수행한 사건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극적 요소를 위하여 변론 과정을 다소 다르게 구성한 점을 밝힙니다. 다만, 변론에 들어간 내용은 모두 사실입니다. 아울러 인물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 프롤로그


도주치상

2024년 11월 23일 새벽 4시 17분.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교차로.


쉐보레 카마로가 신호대기 중인 택시를 들이받았다.

금속이 찢어지는 소리, 깨지는 유리, 그리고 비명.


마이클 존슨(32)은 당황했다.

택시에서 내린 기사가 목을 감싸 쥐며 고통스러워했다.


 "I'm sorry... I'm so sorry..."


하지만 언어는 통하지 않았다.

마이클은 차를 길 한쪽으로 옮긴 뒤, 결국 현장을 떠났다.


3개월 후, 그는 도주치상죄로 기소되었다.


⸻⸻⸻

"이길우 변호사님, 새 사건입니다."


이경란 파트너 변호사가 파일을 내밀었다.


이길우 교통사고전문변호사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서류를 펼쳤다.


『 * 사건번호: 2025고단***** 

* 피고인: 마이클 존슨 (Michael Johnson, 32세) 

* 혐의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


"도주치상이요?"


"네. 피해자는 택시기사 김영수 씨, 63세입니다. 2주 진단서가 나왔고요."


이길우는 진단서를 들여다봤다.


‘경추 염좌 및 긴장,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함’


"2주..."


그의 눈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CT 판독 소견서.


『 ‘No definable abnormalities. 이상 소견 없음’ 』


이길우 변호사의 손가락이 멈췄다.


"이경란 변호사님."


"네?"


"2주 진단인데 CT에 이상이 없어요."


"그럴 수도 있지 않나요? 염좌는 원래 영상에 안 나올 때도..."


"아니에요."


이길우 변호사가 서류를 다시 펼쳤다.


"피해자 과거 진료 기록, 받을 수 있어요?"


"왜요?"


 "뭔가 이상해요."


⸻⸻⸻


 72시간 후.


이길우 변호사는 김영수의 과거 진료 기록 200장을 책상 위에 쌓아놓고 있었다.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 

2023년.


그는 형광펜으로 특정 부분들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 2019.07.15 - 경추부 추간판 팽륜 (목 디스크)**  

* 2020.03.22 - 후종인대 골화증(OPLL) 소견**  

* 2021.09.08 - 경추 통증, 물리치료** 

* 2022.05.14 - 경추 긴장, 약물 처방**  

* 2023.11.30 - 경추 염좌, 2주 치료**


이길우 변호사의 눈이 빛났다.


 "2023년 11월 30일..."


사고가 난 건 2024년 11월 23일.


정확히 1년 전에도 똑같은 진단이 나왔다.


그는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이철민 교수님 계십니까?"


⸻⸻⸻


이철민 교수의 진료실.


"이 환자의 CT와 과거 기록을 보시면..."


이길우 변호사가 자료를 펼쳐 보였다.


이철민 교수는 영상을 한참 들여다봤다.


"급성 외상 소견은 없네요."


"그렇다면 2주 진단은?"


"음... 환자가 통증을 호소했으니까 안정 가료 차원에서 발행한 것 같습니다."


"기존 질환의 악화 가능성은요?"


이철민 교수가 과거 기록을 넘겼다.


"이미 디스크와 OPLL이 있던 환자네요. 경미한 충격에도 통증이 올 수 있죠."


"그럼 사고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 수도?"


"의학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새로운 손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길우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서 작성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


서울서부지방법원 301호 법정.


첫 공판.


박진현 검사가 자신만만하게 일어섰다.


"피고인 마이클 존슨은 2024년 11월 23일 새벽, 교통사고를 일으킨 후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했습니다."


그는 진단서를 제출했다.


"피해자는 2주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습니다. 이는 명백한 도주치상입니다."


서종현 판사가 서류를 넘기며 물었다.


"변호인, 의견 있습니까?"


이길우 교통사고전문변호사가 천천히 일어섰다.


"재판장님, 검사의 주장에는 중대한 오류가 있습니다."


법정이 조용해졌다.


"형법상 '상해'란 생명, 신체의 완전성이 훼손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한 통증이 아닙니다."


그는 CT 영상을 제출했다.


"피해자의 CT 소견을 보십시오. ‘이상 소견 없음.’ 골절도, 탈구도, 인대 파열도 없습니다."


"하지만 2주 진단서가..."


박진현 검사가 끼어들었다.


"진단서는 의사의 소견일 뿐입니다."


이길우 변호사의 목소리가 커졌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는 두꺼운 서류 뭉치를 꺼냈다.


"피해자 김영수 씨는 2019년부터 만성 경추 질환을 앓아왔습니다. 목 디스크, 후종인대 골화증... 그리고 사고 정확히 1년 전인 2023년 11월 30일에도 똑같은 '경추 염좌, 2주 치료' 진단을 받았습니다."


법정이 술렁였다.


박진현 검사의 얼굴이 굳었다.


"재판장님."


이길우 변호사가 의학 감정서를 제출했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이철민 교수의 감정입니다. '영상 소견상 급성 외상 없음. 환자의 증상은 기존 퇴행성 질환의 악화로 추정됨. 사고와 직접적 인과관계 인정 곤란.'"


서종현 판사가 서류를 받아 들었다.


"검사, 피해자의 과거 병력을 알고 있었습니까?"


"저, 그건..."


박진현 검사가 말을 더듬었다.


이길우 변호사가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재판장님, 만약 피해자의 통증이 기존 질환의 재발이라면, 사고와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될 수 없습니다. 인과관계가 없으면 도주치상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


서종현 판사는 그날 밤 늦게까지 서류를 읽었다.


의료 기록. 

전문가 감정. 

판례.


그는 펜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봤다.


"형법상 상해..."


법은 명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수히 많은 회색 지대가 있다.


통증이 있으면 상해인가? 

의학적 손상이 없어도 상해인가?


그는 대법원 판례를 다시 펼쳤다.


"상해란 생리적 기능에 장해를 초래한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또 다른 판례는 이렇게 말한다.


"치료를 요하는 경우 상해로 인정할 수 있다."


서종현 판사는 한숨을 쉬었다.


"이게 법의 한계인가..."


⸻⸻⸻


2주 후.


법정은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박진현 검사가 일어섰다.


"재판장님, 변호인은 의학적 손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피해자는 실제로 통증을 호소했고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상해에 해당합니다!"


"과거 병력이 있다고 해서 상해가 부정되는 건 아닙니다. 사고가 통증을 유발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길우 교통사고전문변호사가 다시 일어섰다.


"검사의 논리대로라면, 모든 교통사고가 도주치상이 됩니다."


그는 법정을 둘러보며 천천히 말했다.


"재판장님, 법은 '실체적 진실'을 추구해야 합니다. 피해자의 통증이 사고로 생긴 것인지, 기존 질환의 재발인지를 반드시 구별해야 합니다."


"의학 전문가는 명확히 말했습니다. '사고와 직접적 인과관계 인정 곤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범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물론 피고인이 현장을 떠난 것은 잘못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도로교통법 위반일 뿐, 도주치상은 아닙니다."


법정이 조용해졌다.


서종현 판사가 입을 열었다.


"변론을 종결합니다. 선고기일은 2주 후로 지정합니다."


⸻⸻⸻


선고 기일.


서종현 판사가 판결문을 읽기 시작했다.


"피고인 마이클 존슨에 대한 판결을 선고합니다."


법정이 숨을 죽였다.


"변호인은 피해자의 증상이 기존 질환의 재발이며, 형법상 상해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종현 판사가 이길우 변호사를 바라봤다.


"본 법원도 이 점에 대해 깊이 고민했습니다."


잠시 침묵.


"하지만..."


"피해자가 사고 직후 통증을 호소했고, 의사가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한 이상, 이는 형법 제257조 제1항의 '상해'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이길우 변호사의 표정이 굳었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도주치상죄로 인정됩니다."


"유죄."


마이클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서종현 판사는 계속 말했다.


"다만..."


판사의 목소리 톤이 바뀌었다.


"변호인이 제출한 의료 기록과 전문가 의견을 보면,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경미함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의학적으로 급성 손상이 확인되지 않았고, 기존 질환의 영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길우 변호사가 고개를 들었다.


"또한 피고인은 자동차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했으며, 피해자도 피고인의 엄벌을 원하지 않습니다. 피고인에게 전과가 없고, 외국인으로서 한국 법제도에 익숙하지 않았던 점도 참작합니다."


서종현 판사가 망치를 들어 올렸다.


"피고인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합니다."


⸻⸻⸻


법원 복도.


마이클이 이길우에게 다가왔다.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유죄인데 왜 벌금만..."


이길우 변호사가 미소를 지었다.


"법정에서 제가 한 일이 뭔지 아세요?"


"무죄를 주장하신 거 아닌가요?"


"아니에요. 저는 '의심'을 심은 겁니다."


"의심이요?"


"재판부의 마음속에 '이게 정말 상해가 맞나?'라는 의심을요."


이길우 교통사고전문변호사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법은 흑과 백만 있는 게 아닙니다. 유죄와 무죄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회색 지대가 있어요. 저는 그 회색 지대를 최대한 넓힌 겁니다."


"그래서 당신은 감옥 대신 벌금을 내게 된 거죠."


마이클이 깊게 고개를 숙였다.


"Thank you, Mr. Lee."


⸻⸻⸻


그날 밤. 법무법인 엘케이에스.


이경란 파트너 변호사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변호사님, 아쉽지 않으세요? 무죄를 받을 수도 있었는데..."


이길우 변호사가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홀짝였다.


"무죄는 처음부터 어려웠어요."


"그럼 처음부터...?"


"제 목표는 형량 최소화였어요. 그리고 성공했죠."


이경란 변호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요?"


"판사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한 겁니다."


이길우 변호사가 파일을 펼쳤다.


"의학 기록을 보여주고, 기존 질환을 입증하고, 전문가 의견을 받고... 이 모든 게 판사에게 말하는 거죠. '이 사건의 상해는 생각보다 경미하다. 피고인을 무겁게 처벌할 이유가 없다.'"


"그게 변호의 기술이군요..."


"법은 진실만으로 움직이지 않아요."


이길우 변호사가 진단서를 가리켰다.


"법은 '설득'으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그 설득의 핵심은..."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한 장의 진단서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는 겁니다."



🪶 에필로그


3개월 후.


마이클은 벌금을 납부하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김영수는 여전히 택시를 운전하며 가끔 목이 아프다고 말한다.


박진현 검사는 다음 사건 기록을 검토하며 이번 사건을 떠올린다.


서종현 판사는 새로운 사건을 심리하며 여전히 '상해'의 기준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이길우 교통사고전문변호사는...


새로운 의뢰인의 진단서를 들여다보고 있다.


"요추 염좌, 3주 치료를 요함."


그의 눈이 다시 빛났다.


"3주 진단인데 MRI 소견은..."


그는 컴퓨터를 켜고 의료 기록 요청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법정은 끝났지만, 진실을 찾는 일은 계속된다.



🪶 후기


이 이야기는 실제 판례를 바탕으로 한 픽션입니다.


형법상 '상해'의 기준은 지금도 법조계의 논쟁거리입니다.


법은 명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수히 많은 해석의 여지가 있습니다.


이길우 교통사고전문변호사는 그 해석의 경계선에서 의뢰인을 위하여 계속 싸워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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