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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밤, 버스 전용차로에서는 무슨 일이?


1. 서론

 

교통사고전문변호사로 숱하게 사건을 수행하면서 전문성에 대해서는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사건은 필자로서도 다소 납득을 하기가 어려운 경우다. 비 오는 밤, 버스 전용차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그 날 과연 무슨 일이 있었으며 사망한 보행자를 과연 버스 운전자는 피할 수 있었을까?

 

2. 사고의 발생 — 보이지 않는 위험

 

사건은 한 버스 전용도로에서 일어났다. 버스는 정류장에 정차해 승객을 태우고, 신호에 따라 직진을 시작했다. 그런데 맞은편 차선에서 비가 내려 헤드라이트 불빛이 번지는 상황이었다. 그 어둠 속, 갑자기 한 사람이 차로 위에 서 있었다.(사고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하여 영상을 맨 아래에 첨부하였다)

 

버스 운전자는 즉시 급제동을 했지만 너무 늦었다. 보행자는 외상성 뇌출혈로 사망했다. 사고 당시 보행자는 만취 상태였고, 검은색 옷을 입은 채 비 오는 밤 버스 전용차로에 서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3. 수사의 방향 — "회피 가능했는가"의 논쟁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을 도로교통공단에 감정 의뢰했다. 공단의 분석 결과, 버스는 시속 20km 내외로 서행 중이었고, 보행자를 인지하자 급제동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공단은 "사람의 눈은 영상보다 훨씬 밝게 사물을 인식한다"며, 운전자가 미리 보행자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수사기관은 '회피 가능성'을 근거로 운전자의 과실을 인정했고, 사건은 검찰로 송치되었다. 즉 유죄가 맞다는 의견을 내린 것이다.

 

검찰 역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버스 운전자를 기소했다. "부주의로 사람을 사망하게 했다"는 이유였다.

 

4. 변호인의 대응 — "회피 불가능한 사고였다"

 

나는 이 사건을 맡으면서 먼저 현실적인 피해 회복을 위해 버스 운전자가 가입한 운전자보험을 활용해 유족과의 형사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 합의는 죄를 인정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의견서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사고는 비 오는 야간에 발생했고, 맞은편 차량의 전조등 불빛으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는 운전자가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고였습니다. 형사 합의는 도의적 유감의 표시일 뿐,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의미는 아닙니다."

 

또한 운전자가 버스 운수업 종사자임을 강조하며, 금고형 이상의 처벌 시 직업을 잃게 되는 현실적 사정을 재판부에 호소했다.

 

5. 재판 결과 — "무죄는 아니지만, 실형은 과하다"

 

법원은 수사기관, 즉 경찰과 검찰이 내린 결론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운전자에게 사고를 일으킨 과실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비가 오는 어두운 날, 버스 전용도로에 서 있는 보행자를 충격한 사고라는 특수성과 피고인의 직업적 사정을 참작하여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즉, 사망사고임에도 실형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않은 것이다.

 

이 판결에 대해 운전자는 항소하지 않았고, 그렇게 사건은 종결되었다.

 

6. 사건이 남긴 교훈 — '예측 불가능'과 '책임'의 경계

 

이 사건은 "과연 운전자가 정말 피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비 오는 밤, 어두운 차로에 만취한 보행자가 서 있었다면 그 누구라도 완벽히 대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사 책임이 부과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운전자 처벌 구조가 얼마나 엄격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운전자의 생계가 걸린 문제이기에, 나는 항상 '불가항력 사고의 면책 논리'와 '도의적 합의의 구분'을 명확히 변론한다. 운전 중 갑작스러운 보행자 출현이나 시야 방해는 현실적으로 피하기 어려운 사고임에도, 형식적 판단으로 처벌이 내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7. 마무리하며

 

교통사고는 순식간에 인생을 뒤흔든다. 하지만 사고의 원인을 단순히 '부주의'로만 단정할 수는 없다. 그 순간 운전자가 볼 수 있었는지, 피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상황이 사람의 통제 범위 안이었는지가 핵심이다.

 

나는 교통사고전문변호사로서 이처럼 억울하게 형사입건된 운전자들의 사건을 수없이 변호하며, 기관의 어떠한 판단이 사람의 소중한 인생을 바꾸지 않도록 끝까지 함께하고자 하며, 앞으로 이러한 자세를 지속적으로 견지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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