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출입로 자전거 사망사고, 왜 ‘금고형’이 아니라 ‘벌금형’이었나
- miraz0
- 45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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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사망사건을 맡다 보면 의뢰인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있다. “사망사고면 무조건 금고형 아닌가요?”
사망이라는 결과는 형사재판에서 매우 무겁게 작용한다. 실제로 많은 사건이 금고형(집행유예 포함)으로 이어진다. 그런데도 주유소 출입로에서 발생한 자전거 사망사고에서 법원은 금고형이 아닌 벌금형(벌금 1,200만 원)을 선고했다.
사망사고인데 왜 벌금형이 가능했을까. 이 글에서는 판결의 핵심 포인트를 실무 관점에서 정리한다.
✅ 사건 개요: 주유소 출입로에서 발생한 자전거 사망사고
사고는 서울의 한 주유소 출입로에서 발생했다. 차량이 주유를 마치고 도로로 나오며 우회전하던 과정에서, 보도를 따라 진행하던 자전거와 충돌했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 주유소 출입로는 ‘잠깐 지나가는 길’이 아니다
많은 운전자가 주유소 출입로를 “잠깐 지나가는 진입로” 정도로 가볍게 인식한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정반대다.
주유소 출입로는 보도와 직접 연결되는 구조인 경우가 많다. 즉, 보행자와 자전거의 통행이 예정된 공간이고, 운전자에게는 단순 서행을 넘어 사실상 ‘일시정지’에 가까운 주의의무가 요구된다.
이 사건의 공소사실 역시 그 지점에 맞춰져 있었다. 일시정지에 준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채 보도로 진입했고, 보도 통행자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 과실이다.
그럼에도 결과는 벌금형이었다. 핵심은 “사망사고라서 무겁다”와 별개로, 법원이 양형에서 무엇을 보았는지에 있다.
✅ 벌금형을 만든 3가지 핵심 요소
1) 사후 조치와 피해회복이 ‘말’이 아니라 ‘실행’으로 확인됐다
교통사고 형사사건에서 법원은 결과만 보지 않는다. 결과가 무겁더라도, 사고 이후 책임을 어떻게 감당했는지를 아주 세심하게 본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사고 직후부터 유족에 대한 피해회복에 적극적으로 임했고, 그 과정에서 운전자보험을 활용해 형사합의금 2억 원을 지급하여 원만한 형사합의에 이르렀다.
중요한 건 “합의했다”는 한 줄이 아니다.
사망사고 합의는 감정이 극단으로 치닫기 쉬워 중간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유족이 처벌불원의 뜻을 밝힐 정도로 합의가 성사된 것은, 단순히 돈을 제시한 결과가 아니라 유족 관점에서 납득 가능한 ‘사법적 피해회복’의 구조를 끝까지 유지했기 때문이다.
2) ‘직업이 좋으니 선처’가 아니라, 형벌의 과도한 부수효과를 구체적으로 증명했다
재판에서 형은 죄의 무게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형이 당사자에게 미치는 파급효과가 실제로 존재하고, 그것이 과도한 파괴를 낳을 수 있다면 법원은 이를 양형 요소로 고려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대학교수 채용을 앞두고 있었고,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니라 실제 채용 제안이 오간 정황이 자료로 정리되어 제출되었다.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될 경우 임용 결격 등 사회적 기반이 붕괴될 수 있는 사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직업이 좋으니 봐준다”가 아니다. 법원이 보는 것은 직업의 귀천이 아니라 형벌이 만들어내는 부수적 파괴가 과도한지, 그리고 그 사람이 사건 이후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감당해왔는지다.
3) 초범, 반성, 재범 위험성 부재 등 ‘정상’이 빠짐없이 정리됐다
법원은 일반적으로 다음 요소들을 함께 본다.
전과 여부(초범인지)
반성의 정도(진정성 포함)
재범 위험성
사건 후 정황(피해회복, 합의, 태도)
이 사건에서는 위 요소들이 빈틈없이 정리되어 있었다. 그래서 재판부는 “사망사고로 책임은 무겁지만, 벌금형 선택이 가능한 근거”를 판결문에 스스로 설명할 수 있었다.
✅ 판결 요지: 벌금 1,200만 원
판결문은 요지를 이렇게 정리한다.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해 책임은 무겁다.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
유족에게 운전자보험을 통해 2억 원을 지급하여 원만히 합의했다(처벌불원 포함).
초범이고, 연령·직업·환경 및 범행 후 정황 등을 종합한다.
그 결과 벌금 1,200만 원이 선고되었다.
✅ 실무에서 더 중요한 질문: 정상참작은 ‘있었던 것’인가, ‘만든 것’인가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이런 정상참작 요소는 사건에 원래부터 있었던 건가요, 아니면 만들어진 건가요?”
교통사고 형사사건의 현실은 냉정하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어떤 자료를 언제, 어떤 순서로, 어떤 논리로법원에 제시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피해회복도 마찬가지다. 합의금 액수보다 중요한 건,
유족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했는지
민사와 형사의 접점을 어떻게 정리했는지
처벌불원 의사가 법원에 설득력 있게 전달되도록 증빙 구조를 어떻게 갖췄는지
이런 것들이 실제 결론을 바꾼다.
✅ 이 사건에서 변호인의 역할: “선처 호소”가 아니라 “벌금형 근거를 설계”하는 일
이 사건에서 변호인의 역할은 단순히 선처를 부탁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사고 장소(주유소 출입로) 특성상 요구되는 주의의무 구조를 전제로 하되
사후 조치와 피해회복을 형사재판의 언어로 정리했고
대학교수 채용이라는 사정을 “호소”가 아닌 “자료 기반 양형요소”로 전환했으며
전과관계, 재범위험 부재, 보험 처리 구조까지 빠짐없이 점검해
재판부가 “왜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판결문에 명확히 적을 수 있게 만들었다
✅ 결론: 사망사고라고 해서 반드시 금고형은 아니다
사망사고라고 해서 반드시 금고형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벌금형이 가볍다는 뜻도 아니다.
핵심은 한 가지다. 사건 이후 책임을 어떻게 감당했는지가 재판의 결론을 바꾼다. 그리고 그 책임을 법원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빠짐없이 정리해 내는 것이 교통사고 형사사건에서 변호인의 실력이다.
✅ FAQ
Q1. 교통사고 사망사건이면 무조건 금고형이 선고되나요?
아니다. 사망이라는 결과는 매우 무겁지만, 법원은 전과 여부, 반성, 피해회복, 합의(처벌불원 포함), 재범 위험성, 사건 후 정황 등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 사안에 따라 벌금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Q2. 주유소 출입로 사고는 왜 과실이 크게 평가되나요?
주유소 출입로는 보도와 직접 연결돼 보행자·자전거 통행이 예정된 공간이다. 따라서 운전자에게는 단순 서행을 넘어 일시정지에 가까운 주의의무가 요구되는 경우가 많아 과실이 중하게 평가될 수 있다.
Q3. 사망사고에서 ‘형사합의’가 양형에 미치는 영향은 큰가요?
크다. 특히 유족이 처벌불원의 뜻을 밝힐 정도로 진정성 있게 피해회복이 이뤄졌다면 양형에서 중요한 요소로 고려된다. 다만 합의는 액수보다 절차와 방식, 증빙 구조가 더 중요할 수 있다.
Q4. 운전자보험 형사합의금은 실제로 사망사고에서 도움이 되나요?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보험금 지급 가능 여부, 지급 한도, 지급 요건, 절차가 사건마다 다르고, 합의는 보험금만으로 자동 성립되지 않는다. 유족 관점에서 납득 가능한 피해회복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