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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범인도피교사

최종 수정일: 11월 13일


⚖️ 새벽의 거짓말 🪶 1. 전화벨


새벽 4시 37분, 이길우 교통사고전문변호사의 휴대폰이 울렸다

새벽 4시 37분, 이길우 교통사고전문변호사의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변호사님, 저... 김성준이라고 합니다. 큰일 났어요."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이길우 변호사는 침대 옆 스탠드를 켰다. 십오 년간 교통사고 사건을 다루면서 익힌 본능이 작동했다. 새벽에 걸려오는 전화는 항상 급박했고, 항상 복잡했다. "천천히 말씀하세요." "저... 음주운전을 했습니다. 무면허였고요. 택시 두 대를 들이받았어요. 그런데..." 김성준은 말을 멈췄다. "그런데요?" "경찰이 저한테... 범인도피교사라고 합니다. 친구가 자기가 운전했다고 말해서..." 이길우는 눈을 떴다. 완전히. "지금 어디 계세요?" "서울중앙지검 조사실 앞입니다." "움직이지 마세요. 한 시간 안에 갑니다."

🪶 2. 조각들


서울중앙지검 복도는 형광등 불빛으로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이길우 변호사는 검찰청사 특유 의 냄새를 맡으며 조사실로 향했다. 복도 벤치에 앉아 있는 젊은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김성준 씨죠?" "네... 변호사님." 이길우는 그의 옆에 앉았다. 사건 파일을 펼쳤다. "처음부터 다시 말해보세요. 정확하게." 김성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술자리, 무면허 운전, 연쇄 추돌, 그리고 친구 최태현의 갑작스러운 자백. "조수석 문은요?" "사고로 찌그러져서 안 열렸습니다." "그럼 최태현 씨가 어떻게 밖으로 나왔죠?" "저쪽 문으로... 제가 먼저 내리고, 친구가 운전석으로 넘어와서 내렸어요." 이길우 변호사는 메모를 했다. "블랙박스는?" "있습니다. 택시 두 대 다 있고요." "김성준씨가 운전하는 모습이 찍혀 있겠네요." "네..." "그럼 왜 친구가 자기가 운전했다고 한 겁니까?" 김성준은 고개를 숙였다. "모르겠어요. 그냥... 놀라서 그랬다고 했어요. 저는 처음부터 제가 운전했다고 말했는데..." 이길우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퍼즐의 조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전체 그림은 불분명했다.

🪶 3. 검사



"이 사건, 명백한 범인도피교사 아닙니까? 운전자를 바꿔치기하려고 친구한테 시켰잖아요."

"이길우 변호사님이시군요." 조사실 안에서 젊은 검사가 일어섰다. 서른 초반쯤 되어 보이는 여성 검사였다. 명찰에는 '박 진현'이라고 적혀 있었다. "안녕하세요, 박 검사님." "이 사건, 명백한 범인도피교사 아닙니까? 운전자를 바꿔치기하려고 친구한테 시켰잖아요." 이길우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증거가 있습니까?" "최태현이 자기가 운전했다고 했어요." "그 사람도 술을 마셨습니다. 면허가 있습니까?" 박진현 검사는 파일을 뒤적였다. "그건..." "블랙박스 영상은 확인하셨죠?" "네. 김성준이 운전하는 게 분명합니다." "그럼 바꿨습니까? 바꾸는 게 성공했습니까?" 박진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길우는 파일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조수석 문입니다. 찌그러져서 열리지 않습니다. 최태현은 김성준이 먼저 내린 후에야 밖으로 나올 수 있었어요. 운전자를 바꾼 게 아니라, 혼란 상황에서 잘못 말한 겁니다." "그걸 어떻게 증명하죠?" "증명은 검사님이 하셔야죠. 범인도피교사의 고의를 입증할 증거가 있습니까? 김성준은 처음 부터 자백했습니다. 숨기려는 행동이 전혀 없었어요." 박진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 4. 밤샘 작업 이길우 변호사는 사무실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다. 창밖으로 서울의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범인도피교사. 형법 제151조. 범인의 은닉, 도피를 방조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리고 교사범은 정범과 같은 형으로 처벌된다. 키보드를 두드렸다. 판례를 검색했다. 대법원 2008도1234 판결. "범인도피교사죄가 성립하려면 범인으로 하여금 도피하게 할 목적과 의사가 명백해야 한다." 대법원 2012도5678 판결. "단순히 허위진술을 한 것만으로는 범인도피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실제로 범인의 체포를 방해하거나 도피를 용이하게 한 행위가 있어야 한다." 이길우 변호사는 메모를 했다.

✦ ✦ ✦ 1. 고의의 부존재 2. 실행행위의 부존재 3. 결과 발생의 부존재

✦ ✦ ✦ 김성준은 처음부터 자백했다. 블랙박스에 명백히 기록되어 있었다. 최태현의 진술은 혼란 속 의 실수였고, 실제로 김성준을 도피시키지 못했다. 다섯 시간 동안 변론요지서를 작성했다. 스물여덟 페이지. 판례, 법리, 사실관계 분석, 그리고...

🪶 5. 사람


"변호사님." 김성준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손에 봉투를 들고 있었다. "이게 뭡니까?" "반성문이요... 제가 직접 썼어요. 그리고 여자친구랑 친구가 탄원서를 써줬습니다." 이길우 변호사는 봉투를 받아 들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쓰인 반성문을 읽었다. '저는 정말 잘못했습니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범죄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여자친구의 탄원서.


'성준이는 평소 택시를 자주 타는 신중한 사람입니다.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책임감이 강합 니다...'


10년 지기 친구의 탄원서.


'성준이는 의리 있고 도와주기를 좋아하는 친구입니다. 이번 일로 정말 많이 반성하고 있습 니다...'


이길우 변호사는 고개를 들었다.


"김 씨, 당신은 음주운전과 무면허 운전을 했습니다. 이건 변명할 수 없는 범죄예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범인도피교사는 당신이 하지 않은 일입니다. 저는 그걸 증명할 겁니다."


김성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 6. 판단


"감사할 일은 아니에요. 음주운전과 무면허 운전은 여전히 범죄니까요."

2주 후, 이길우 변호사는 검찰청에서 박진현 검사를 다시 만났다.


"변론요지서 잘 읽었습니다."


박진현의 목소리는 이전과 달랐다.


"사실관계를 다시 검토했습니다. 조수석 문의 상태, 블랙박스 영상, 김성준의 즉각적인 자백, 최태현의 술에 취한 상태..."


그녀는 파일을 덮었다.


"범인도피교사의 고의를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합니다."


이길우 변호사는 숨을 내쉬었다.


"불기소 처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 검사님."


박진현은 고개를 저었다.


"감사할 일은 아니에요. 음주운전과 무면허 운전은 여전히 범죄니까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진현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정확한 법리와 사실관계에 근거한 좋은 변론이었습니다."



🪶 7. 에필로그


이길우 변호사는 사무실 창가에 서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봤다. 저 아래 어딘가에서 김성준은 새로운 하루를 살고 있을 것이다. 여전히 반성하며,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휴대폰이 울렸다.


"이길우 변호사님 맞으십니까?"


"네."


"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요..."


이길우는 메모지를 꺼냈다.


"천천히 말씀하세요."


창밖으로 해가 기울고 있었다. 또 다른 사건, 또 다른 진실,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길우 변호사는 알고 있었다. 법정은 완벽하지 않고, 정의는 때로 더디지만, 누군가는 계속 싸워야 한다는 것을. 사실과 법리로, 때로는 인간에 대한 이해로.


그것이 그의 일이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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