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채혈 요구, 신중해야 하는 이유
─── ❝ 호흡측정 0.090% → 채혈 0.139% → 최종 0.143% ❞ ───
🤨 채혈하면 수치가 내려갈까
음주단속 현장에서 호흡측정 수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채혈을 요구하는 운전자가 있다. 채혈하면 더 정확한 수치가 나와 결과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대가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호흡측정에서 0.090%가 나왔는데, 본인이 채혈을 요구했다가 혈액 감정에서 0.139%로 오히려 더 높게 나온 사건이 있었다.
🚦 사건 경위
의뢰인은 전날 밤 11시경 친구와 술을 마신 뒤 노래방에서 잠을 잤고, 나와서는 우동까지 먹었다. 정신이 맑아졌다고 느낀 그는 다음 날 아침 약 2km를 운전했다. 오전 6시 55분경 서울 은평구에서 음주단속에 걸렸고, 호흡측정 결과는 0.090%였다. 예상보다 높다고 판단한 의뢰인은 경찰에게 채혈을 요구했다.
🧪 호흡측정과 채혈은 원리가 다르다

호흡측정과 채혈은 측정 원리 자체가 다르다. 호흡측정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채혈하면 수치가 내려갈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알코올의 흡수와 소실 과정, 측정 시점 등 개별 사정에 따라 채혈 결과는 호흡측정보다 높게 나올 수도, 낮게 나올 수도 있다.
이 사건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139%로, 호흡측정보다 0.049%p 높았다. 여기에 단속시각과 채혈시각 사이 약 33분의 차이를 위드마크 공식으로 역산한 결과,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최종 0.143%로 확정됐다.
😵💫 '술이 깼다'는 느낌과 실제 수치는 별개다
잠도 자고 음식도 먹었는데 왜 이렇게 높았을까. 답은 간단하다. 사람이 느끼는 '술이 깼다'는 감각과 실제 혈중알코올농도는 별개의 문제다. 전날 늦게까지 상당량의 술을 마셨다면 다음 날 아침에도 음주운전 기준을 넘는 경우가 흔하다. 숙취운전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 재범 사건, 현실적인 대응


이 사건에는 불리한 사정이 하나 더 있었다. 2007년 음주운전 전력이 있어 이번이 두 번째였다. 다만 전력의 시점이 중요했다. 음주운전 재범을 가중처벌하는 도로교통법 조항은 2023년 개정으로 적용 범위가 달라졌다. 과거 음주운전으로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날부터 10년 안에 다시 적발된 경우에만 가중처벌한다. 헌법재판소가 기간 제한 없이 과거 전력을 모두 가중 요소로 삼던 종전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개정이다.
의뢰인의 전력은 이미 10년이 훨씬 지난 것이었다. 따라서 이 사건은 가중 조항이 아닌 일반 조항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 0.2% 미만 구간이 적용됐다. 이 구간의 법정형은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재범이라고 해서 무조건 가중처벌 범위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채혈 감정과 역산으로 0.143%라는 수치가 이미 증거로 확보된 상황이었다. 그래서 수치 자체를 다투기보다 과거 전력의 시점, 음주 후 경과 시간, 운전 경위 등 양형에 반영될 사정을 정리해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이었다. 결국 서울서부지방법원은 2024년 8월 벌금 7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 채혈은 즉흥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채혈을 무조건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호흡측정 수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즉흥적으로 채혈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번 나온 채혈 결과는 이후 형사절차에서 핵심 증거가 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애초에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잠을 잤다고, 음식을 먹었다고, 정신이 맑다고 느껴진다고 해서 혈중알코올농도까지 안전한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상태에서 다시 적발됐다면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한다. 과거 전력, 혈중알코올농도, 운전 경위와 거리, 측정 과정을 정확히 확인하고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